폴란드에서 27시간 버스 이동,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그리고 숙소 1.5km 거리에 떨어진 러시아 미사일까지. 우크라이나 드론 전쟁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4주간의 취재 여정
폴란드에서 27시간 버스 이동,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그리고 숙소 1.5km 거리에 떨어진 러시아 미사일까지. 우크라이나 드론 전쟁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4주간의 취재 여정
폴란드에서 27시간 버스 이동,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그리고 숙소 1.5km 거리에 떨어진 러시아 미사일까지. 우크라이나 드론 전쟁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4주간의 취재 여정
저자 소개
금철영

사회부 정치부 문화부 탐사보도팀 등을 거친 뒤에는 주로 통일외교안보 분야와 다큐 제작파트에서 보낸 시간이 많습니다. <통일대기획> <국권침탈100년 특별기획> <광복70년 특별기획>에 참여했습니다.

저자 소개
금철영

사회부 정치부 문화부 탐사보도팀 등을 거친 뒤에는 주로 통일외교안보 분야와 다큐 제작파트에서 보낸 시간이 많습니다. <통일대기획> <국권침탈100년 특별기획> <광복70년 특별기획>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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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철영

사회부 정치부 문화부 탐사보도팀 등을 거친 뒤에는 주로 통일외교안보 분야와 다큐 제작파트에서 보낸 시간이 많습니다. <통일대기획> <국권침탈100년 특별기획> <광복70년 특별기획>에 참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임팩트 비하인드 | 드론 전쟁 취재기, 27시간 버스 이동과 미사일 떨어진 밤

폴란드에서 27시간 버스 이동,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그리고 숙소 1.5km 거리에 떨어진 러시아 미사일까지. 우크라이나 드론 전쟁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4주간의 취재 여정

*이 글은 이승철 기자가 작성한 KBS 기사 [울지마 키이우]① 어서 와, 분쟁지역은 처음이지? [취재후]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4명의 취재팀, 우크라이나 드론 전쟁 현장으로

2024년 11월 21일, 다음 날부터 국제부로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취재팀은 이승철 기자(본문 작성자), 금철영 기자, 촬영 기자인 신봉승 기자, 고형석 기자 등 이렇게 4명으로 꾸려졌다. 출장 목적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휴전 압력을 받는 러시아-우크라이나전 현지 상황과 러시아에 파병돼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 북한군의 동향 파악 등이었다.

왜 이 시점에 우크라이나 전쟁 취재가 필요했을까

나를 제외한 나머지 취재진은 모두 분쟁지역 또는 위험지역 취재 경험이 있었다. 금철영 기자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전초 기지였던 쿠웨이트, 2004년과 2006년 이라크까지 분쟁지역을 3차례 다녀왔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중동과 계엄령이 내려졌던 이집트 등 위험지역 취재 경험도 있었다. 우크라이나도 이번이 3번째였다. 앞서 2007년 페르보마이스크 핵미사일 기지 등을 취재했고, 2011년엔 사고 25주년을 맞은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와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벨라루스 고멜의 방사능 오염 지역 등을 방문했다.

전쟁 중인 나라로 가는 길, 27시간의 버스 이동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정기 여객편 운항이 이뤄지지 않는다. 인접국에서 육로로 들어가야 했다. 우크라이나는 동쪽에서부터 러시아와 벨라루스,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몰도바로 둘러싸여 있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적성국인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제외하면 다섯 나라가 남고, 우리나라에서 직항이 있는 나라는 폴란드와 헝가리였다. 서울에서 키이우로 가는 최단 경로는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우크라이나 키이우까지 육로로 가는 길이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가는 육로 이동 수단은 크게 5가지였다. 차량과 기사를 빌리거나, 직행버스를 타거나, D-68 야간열차를 타고 직행하거나, 우크라이나 코벨과 가까운 폴란드 헤움까지 가서 기차를 갈아타거나, 우크라이나 르비우와 가까운 폴란드 프셰미실까지 가서 기차를 갈아타야 했다. '키이우 익스프레스'라고 불리는 D-68 야간열차가 최적의 선택이었지만, 해당 열차의 티켓 발권은 출발일 기준 한 달 전에 대부분 마감됐다.

결국 독일계 버스 회사인 플릭스부스(Flixbus)가 운영하는 버스를 탔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키이우까진 루블린과 헤움, 코벨과 사니, 코로스텐을 거쳐 14~15시간이 걸렸다. 취재가 끝나고 돌아갈 땐 국경에서 검문에만 14시간을 소모해 모두 27시간이 걸렸다.

취재팀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떠나 폴란드 바르샤바로 갈 때 탔던 플릭스부스 2층 버스 모습. ©금철영 기자(cykum@kbs.co.kr)
취재팀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떠나 폴란드 바르샤바로 갈 때 탔던 플릭스부스 2층 버스 모습. ©금철영 기자(cykum@kbs.co.kr)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3-4주의 긴 여정

우크라이나 취재를 위해 필요한 허가

우크라이나 전역은 '여행금지' 지역이다. 우리 국민이 여행금지 지역을 방문하려면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취재나 보도 목적으로 예외적 여권 사용이 허가되는 기간은 2주, 지역은 북서부 11개 주다.

예외적 여권 사용 신청 대상은 5가지 사유로 제한된다. 여행금지 국가나 지역의 영주권 등을 취득한 경우, 긴급한 사고·질병의 경우, 외교·안보 임무나 재외국민 보호 등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공무, 국가이익이나 기업활동에 관련된 임무, 마지막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취재나 보도를 위한 경우다. 허가를 받지 않고 여행금지 지역을 방문하면 여권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전체 소요 기간은 서류 준비부터 신청, 허가까지 3~4주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내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 지역을 키이우시와 주를 포함한 북서부의 11개 주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내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 지역을 키이우시와 주를 포함한 북서부의 11개 주로 제한하고 있다.

현지 통역과 우크라이나군 취재 인가

해외 취재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은 흔히 코디네이터라고 하는 현지 가이드 또는 통역 선정이다. 최종 선택은 2022년 러시아 침공 당시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을 통해 키이우 현지 상황을 국내에 알렸던 테티아나 보디아니츠카 씨를 택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와 전쟁 중이고, 자연스럽게 취재 과정에선 군사 보안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군 취재 인가 신청을 받고, 신청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 인가증을 발급하고 있다. 취재 인가를 받기 위해선 우크라이나 국방부에서 양식을 받아 작성 뒤 제출하면 되고, 기자증과 여권, 소속 언론사 편집장의 서신 등이 첨부돼야 한다.

밤마다 떨어지는 미사일, 1.5km 거리의 공포

러시아군은 주로 저녁부터 아침까지 공습한다. 따라서 공습으로부터 안전한 숙소 선정이 매우 중요했다. 먼저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이나 군 시설 주변은 피해야 했다. 다음으로 정교회 성당이나 외국 대사관 주변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조언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라트비아계 호텔 체인인 스카이로프트를 선택했다. 도로 맞은편에 성미카엘 성당과 종합병원이 있고, 옆에 걸리버라는 대형 백화점이 있다. 건물 지하엔 자체 방공호도 있었다.

밤마다 공격, 예측할 수 없었던 미사일을 아슬아슬 빗겨나가다

키이우에 미사일이 떨어지던 날, 이 호텔은 이번 출장 중 최고의 선택이 됐다. 당시 러시아군이 쏜 미사일은 홀리데이인 앞 건물을 겨냥했다. 지도 위에 이름도 나오지 않던 이 건물은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 본부였다. 우크라이나군이 모두 격추했다던 러시아군 미사일 본체 5발 중 1발은 특수부대 본부 앞 도로에 떨어져 그 밑에 있던 가스관을 터뜨려 2차 폭발까지 일으켰다.

홀리데이인 대신 스카이로프트에 머문 우리 팀은 이날 떨어지는 미사일을 1.5km 거리에서 직접 보고, 2차 폭발을 촬영하고, 무엇보다 목숨도 구할 수 있었다.

위험 속에서 포착한 드론 전쟁의 모습

이번 취재에서 목격한 것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드론이 바꾼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었다. 4주 만에 양성되는 드론 파일럿, 민간인도 참여하는 드론 생태계, 그리고 이 모든 기술을 학습하고 있는 북한군까지. 27시간의 버스 여행과 매일 밤 울리는 공습경보, 1.5km 거리에 떨어진 미사일의 공포 속에서도 반드시 기록해야 할 현실이 있었다.

우크라이는 불리한 전세 역전을 위해 다양한 공격용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에 반격을 가했다. 위 사진은 취재진이 우크라이나 드론 연구 및 생산관련 시설을 둘러보는 모습 .
우크라이는 불리한 전세 역전을 위해 다양한 공격용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에 반격을 가했다. 위 사진은 취재진이 우크라이나 드론 연구 및 생산관련 시설을 둘러보는 모습 .

우크라이나 취재팀은 현장에서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우크라이나 임팩트 <제1편> 미래 전쟁의 서막'은 7월 29일(화)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 방송되었으며, 유튜브를 통해 영상 전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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