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 새로운 철의 장막이 세워지고 있다. 조지아 영토 20% 점령, 폴란드의 군비 증강, 발트 3국의 방어선 구축까지. 냉전 종식 후 30년 만에 다시 그어지는 경계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 새로운 철의 장막이 세워지고 있다. 조지아 영토 20% 점령, 폴란드의 군비 증강, 발트 3국의 방어선 구축까지. 냉전 종식 후 30년 만에 다시 그어지는 경계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 새로운 철의 장막이 세워지고 있다. 조지아 영토 20% 점령, 폴란드의 군비 증강, 발트 3국의 방어선 구축까지. 냉전 종식 후 30년 만에 다시 그어지는 경계선.
저자 소개
금철영

사회부 정치부 문화부 탐사보도팀 등을 거친 뒤에는 주로 통일외교안보 분야와 다큐 제작파트에서 보낸 시간이 많습니다. <통일대기획> <국권침탈100년 특별기획> <광복70년 특별기획>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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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정치부 문화부 탐사보도팀 등을 거친 뒤에는 주로 통일외교안보 분야와 다큐 제작파트에서 보낸 시간이 많습니다. <통일대기획> <국권침탈100년 특별기획> <광복70년 특별기획>에 참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임팩트 2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지각변동, 고요해진 철길과 새로운 장벽

발트해에서 흑해까지 방벽은 높아진다. 핀란드의 국경 폐쇄, 라트비아의 징병제 부활, 폐허로 변한 쇼핑몰. 러우전쟁이 만든 유럽의 신냉전과 한반도를 향한 질문

*이 글은 KBS 다큐멘터리 우크라이나 임팩트 2부. 시작된 지각변동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발트해에서 흑해까지, 높아지는 방벽

분명한 것은 전쟁이 확대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EU와 나토 국가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해 3개국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대전차 장애물과 감시 센서, 콘크리트 장벽으로 이른바 발트 방어선을 구축 중이다.

징병제를 폐지했던 라트비아는 러우 전쟁 발발 뒤 남성의 군 복무를 다시 의무화했다. 15년 전 나토에 가입하자마자 징병제를 폐지했던 라트비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다시 징병제를 도입한 것이다. 라트비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민간 부문의 준비에도 크게 투자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상황에 대비해 상수도 시스템, 에너지 시스템, 식량 공급, 연료 공급 등을 점검 중이다. 가능한 침략자는 러시아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라트비아 내 주둔 중인 나토군도 대대급에서 병력을 증강해 여단급으로 개편됐다. 핀란드 북부에서 폴란드 남부까지 이어지는 모든 국경을 러시아가 뚫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라트비아에 걸린 러시아 대사관을 향한 조롱 그림

수도 리가 시내 한 건물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조롱하는 대형 걸개 그림이 걸렸다.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이 그림은 놀랍게도 러시아 대사관을 향하고 있다. 유럽에선 나토의 동진을 경고하고 나섰던 푸틴의 발언과 의도를 과소평가하고 전쟁을 불사한 러시아의 행보를 수수방관한 채 무기력하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가 2008년에 조지아를 공격했을 때 이미 군사적 침공을 목격했지만, 이상하게도 발트해 국가들을 포함한 서방은 곧바로 일상으로 복귀했고 실질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라트비아 리가 시내 거리에 설치된 대형 푸틴 러시아 대통령 조롱 포스터다. 붉은 배경에 푸틴의 흑백 초상화가 그려져 있으며, 시민들이 이를 바라보고 지나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트 3국의 반러시아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거리 설치물이다.
라트비아 리가 시내 거리에 설치된 대형 푸틴 러시아 대통령 조롱 포스터다. 붉은 배경에 푸틴의 흑백 초상화가 그려져 있으며, 시민들이 이를 바라보고 지나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트 3국의 반러시아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거리 설치물이다.

빗장 걸린 핀란드-러시아 국경

한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부는 북쪽의 발트해는 한때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전쟁 전 매년 수백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유럽 여행길에 나서는 관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를 향해 점점 더 굳게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1,340km 핀란드-러시아 국경선의 폐쇄

핀란드와 러시아 사이엔 육지로만 1,340km에 달하는 긴 국경선이 있다. 활발했던 두 나라 교류는 전쟁 이후 전면 중단됐다. 관광객들로 넘쳐나던 출입국 사무소는 굳게 문이 닫혔다. 핀란드는 러우 전쟁 발발 뒤 중립 노선을 버리고 2023년 나토에 가입했다. 그리고 지금은 러시아 쪽 국경에 장벽을 건설 중이다.

핀란드 국경수비대 나폴라 사령관이 인터뷰하는 모습이다. 안경을 쓴 금발의 사령관이 군복을 입고 야외에서 인터뷰 중이며, 자막으로 "핀란드는 러시아와 1,300km가 넘는 국경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내용이 표시되어 있다.
핀란드 국경수비대 나폴라 사령관이 인터뷰하는 모습이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1,300km가 넘는 국경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북유럽 안보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경 인근에는 러시아에 전략적, 정서적으로 중요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콜라 반도가 있다. 러우 전쟁으로 인해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 주변에서 러시아가 매우 강력한 위성항법시스템 전파 방해를 하고 있어 드론의 운용과 해상항법, 항공항법 장비 등이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나토 가입 이후 가장 큰 변화는 핀란드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필요할 경우 뒤에서 다른 나라들이 지원해줄 수 있다.

라트비아 내 NATO군 훈련 장면이다. 눈 덮인 겨울 숲에서 완전군장을 착용한 병사들이 군용 차량 위에 올라타 있으며, 자막에 "나토(NATO) 가입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이제 우리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라고 표시되어 있다. 러-우 전쟁 이후 발트 3국의 NATO군 증강 현황을 보여준다.

폐허로 변한 핀란드-러시아 국경 쇼핑몰

전쟁 전 연간 350만 명에 이르던 러시아 관광객들은 모두 사라졌다. 러시아 관광객을 겨냥해 지은 대형 쇼핑몰도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 풍으로 화려하게 지어진 이곳에서 해외 유명 브랜드 업체들은 물건조차 진열하지 못한 채 문을 닫았다. 전기차 충전 시설까지 갖춰놓은 초대형 주차장은 황량한 공터로 변했다.

핀란드의 한 도시 풍경으로, 강 위의 보행자 다리를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으며 뒤편으로 신축 주거 단지와 건설 중인 크레인들이 보인다. 자막에 "우리는 이 지역에서 많은 러시아 관광객들을 맞이해 왔습니다. 하지만 국경이 닫혀 있는 지금은 러시아 관광객이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라고 표시되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모든 교류가 중단됐고, 지금까지도 복원되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 많은 러시아 관광객들을 맞이해 왔지만 국경이 닫혀 있는 지금은 러시아 관광객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산림 산업을 예로 들면, 이전에는 러시아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왔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 원자재 공급이 제한되면서 당연히 가격에도 영향을 주었다. 전쟁 전 10%를 넘던 대러시아 교역 비중은 현재 1%대로 줄어들었다. 전체 호텔 숙박객의 15%를 차지했던 러시아 관광객들은 모두 사라졌다.

핀란드 헬싱키 도심 전경이다. 중앙에 흰색 외관과 검은 돔을 가진 헬싱키 대성당이 우뚝 솟아있고, 화면 왼쪽에 그래픽으로 러시아 관광객 비중이 전쟁 전 15%에서 현재 0%로 감소했다는 통계가 표시되어 있다. 러-우 전쟁이 핀란드 관광 산업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화면이다.

과거의 기억, 재단장한 방공호

핀란드가 가진 소련 침공의 기억

1939년 겨울부터 1944년까지 소련의 침공으로 핀란드는 영토를 잃었지만 굴복하지 않았다. 핀란드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또 있을지 모를 침공에 대비해 전 국민의 90%를 수용할 수 있는 지하 방공호를 만들었다. 지하 5층 깊이의 방공호. 이곳에 들어가면 두께 60cm가 넘는 철문이 나온다. 이어 2중 3중의 강철 출입문을 지나게 된다. 핵전쟁까지를 염두에 둔 방공호 시설로 수개월 분량의 식량과 물, 응급 의약품들이 구비돼 있다.

핀란드 정부는 유사시 국민들이 방공호를 잘 찾을 수 있도록 평시엔 이곳에 체육 시설을 갖춰놓고 각종 강좌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체육을 중시하는 핀란드에선 태권도도 인기 있는 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핀란드 정부는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전국 각지의 지하 방공호 시설들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모든 일상은 큰 변함없이 그대로 돌아가고 있지만, 소리 없이 장벽은 높아지고 참호는 깊어지고 있다.

유럽 전역의 대러 방어선 구축

흑해에서 나토 회원국들의 러시아에 대한 공세적 대응이 강화되고, 폴란드는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며 유럽연합의 우크라이나 지원 창구를 맡고 있다. 러시아와의 민간 교류를 차단한 발트 3국은 나토군의 주둔 병력을 늘리고, 핀란드가 새로운 방벽을 쌓으면서 러시아는 유럽으로부터 단절되고 있다.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그리고 발트 3국과 유럽 간 육상 통로인 수바우키 회랑의 긴장은 러시아와 맞닿은 장벽을 더 높이고 있다. 이로 인해 서쪽에 거대한 방벽이 세워지면서 러시아는 동쪽과 남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66년 만의 북중러 정상 회동 그리고 한국

2025년 9월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서서 박수를 치고 있다. 천안문 광장의 붉은 전통 건축물을 배경으로 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은 66년 만의 일로, 북중러 삼각연대 강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25년 9월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서서 박수를 치고 있다. 천안문 광장의 붉은 전통 건축물을 배경으로 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은 66년 만의 일로, 북중러 삼각연대 강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는 북중러 3국 정상들이 모였다.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의 정상이 모두 한자리에 나란히 선 것은 66년 만의 일이다. 그 당시보다 세 나라 정상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중국은 그동안 북중러 삼각연대 강화는 중국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흑해와 발트해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고 전쟁이 장기전에 빠져들면서 러시아는 중국은 물론 북한과도 밀착된 상태다. 이미 지역 분쟁의 차원을 넘은 러우 전쟁의 여파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분단으로 길이 끊어지고 높아지는 방벽과 철조망을 눈앞에서 지켜봐 왔던 한반도로선 지금 유럽이 던지는 질문이 예사롭지 않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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